정상과 비정상은 어떻게 구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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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조회 2,985회 작성일 2019-01-09 16:34:4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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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사람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가만히 앉아서 이야기만 들어 주면 되니까 의사 중에서 가장 편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술이나 특별히 어려운 진단 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이 정상인지 확인할 때 가장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분야라는 면에서 타 분야 의사들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인정해 준다. 사실 어딘가가 부러지면 엑스레이를 찍고, 간염이 의심되면 피검사로 확인하면 된다. 또 암에 걸린 듯하면 CT를 찍고 조직을 검사해서 확진할 수 있다. 그 결과, 문제가 하나도 없다면 '정상'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정신적인 문제는 엑스레이를 찍거나 하는 진단법이 딱히 없다. 한 사람의 마음과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이 사람은 정상입니다"라고 단언하는 것도 무척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분명한 증상이 있어서 병원을 찾는 사람보다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의 문제로 "제가 지금 정상이라는 것을 증명해 주세요"라며 찾아오는 사람을 대하기가 훨씬 어렵다. 정상과 비정상은 어떻게 구분할까? 본문 이미지 1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말하는 '정상(normality)'은 무엇일까? 세계 보건 기구(WHO)1)는 정상성을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잘 지내는 상태(state of well-being)"라고 정의한다. 정신건강의학과적 관점에서는 "한 사람의 행동이나 성격적 특성이 전형적이거나 적절한 표준에서 벗어나지 않아서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기준 미국의 정신과 의사인 오퍼(Daniel Offer)와 샙신(Melvin Sabshin)은 『정상성 : 정신건강에서 이론적, 임상적 개념』이라는 책에서 사회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인간 행동의 기능성을 중심으로 정상성을 네 가지 관점에서 분류하였다. ① 정상성은 건강한 것이다 고전적인 의학 모델에서 정상이란 질병의 유무가 기준이 된다. '있어야 할 것이 다 있고, 없어야 할 것은 없을 때'가 정상이라는 것이다. 손가락이 다섯 개 달려 있으면 정상이지만, 사고로 네 개만 남거나 육손이로 태어났다면 비정상으로 여긴다. 정신건강의학과적 관점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증상이나 행동을 하는 경우 정상이 아닌 것으로 판정한다. "누가 내게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는 환청이나 "사람들이 나를 감시하고 쫓아온다"는 피해망상, "나는 우주인과 소통할 수 있다"는 과대망상과 같이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경험하기 힘든 특별한 감각 경험이나 생각이 있다면 비정상인 것이다. 이에 반해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보이는 감각 경험이 나타나지 않거나, 생각과 감정의 영역에 문제가 없어 보이면 '정상'이라고 판정한다. ② 정상성은 평균이다 정상적인 사람은 한 집단의 통계상 평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 속하리라고 가정하는 관점으로, ①의 관점에 비해 수학적인 접근법이다. 인간의 행동이나 감정, 기억력, 학습 능력 등은 통계를 내어 보면 종 모양의 정규 분포 곡선을 그린다. 평균값 혹은 중앙값을 중심으로 표준 편차에서 벗어난 구간에 속하면 비정상으로 보고, 그렇지 않다면 정상으로 본다. 그런 기준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능 지수다. 지능 지수는 생물학적 연령을 분모로 했을 때 그 연령에 기대되는 지적 능력을 백분율로 표시한 것이다. 값이 70~130 사이에 있다면 정상으로 보고, 70 이하로 떨어졌을 때에는 비정상, 즉 '정신 지체'로 판정한다. 지능 지수의 정규 분포 곡선2)이 중앙값인 100을 중심으로 양쪽에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다면 이상적인 모델이다. 실제로 대부분은 오른쪽(지능 지수가 높은 쪽)으로 약간 치우쳐 있다. 아이큐가 130이 넘는 사람이 70 이하인 사람보다 약간 더 많고, 전반적으로 100 이상이라는 뜻이다. 평균을 중심으로 정상 여부를 판단하는 영역으로 성격을 꼽을 수 있다. 누구에게나 꼼꼼한 면, 규칙을 준수하려는 면, 깔끔한 면이 조금씩은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이런 면이 '강박적인 성격'으로 굳어져서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 어려움이 생긴다. 자신이 늘 하던 대로 일을 진행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계획했던 여행지로 가는 길이 막히거나 도착해 보니 매우 붐빈다면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있을 텐데, 이런 사람들은 좀체 그럴 수 없다. 다른 사람들에게까지 자신의 방식을 강요해 자신도 힘들고 주변 사람들도 힘들어진다. 이런 경우를 '강박적 성격장애'가 있다고 말한다. 적당한 수준이라면 항상 깔끔하고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으로 평가받지만, 이렇듯 평균에서 지나치게 벗어나면 비정상이 된다. ③ 정상성은 과정이다 정상인지를 정의하는 데 시간성은 무척 중요한 요소다. 4세 아이가 곱셈을 못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10세가 되어도 구구단을 못 외우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연령별로 기대하는 일을 잘 해내면 정상으로 보고,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비정상으로 본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나빠지는 것은 정상적인 노화 과정이지만, 나이에 비해 빨리 노화가 진행되어서 이로 인해 일상적인 활동, 즉 옷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하거나 길을 잃어 혼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치매'라는 병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손주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90세의 어르신도 여전히 자기 관리를 잘하고 약간의 도움만으로 식사나 목욕 등을 할 수 있다면 정상이라고 평가한다. 또 다른 문제 상황은 '과정 중단'으로, 원래 거쳐야 할 정상적인 과정을 어떠한 이유로 멈추고 더 이상 나아가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10대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하고 집을 나가서 돌아오지 않거나 부모의 간섭을 받지 않고 혼자 살겠다고 주장한다면, 문제가 발생했다고 판단한다. 아직 법적, 심리적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할 수 없는 연령대이며, 완수해야 할 심리적, 신체적 발달 과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 경제적 이유로 학업을 마치지 못한 사람이 늦게라도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방송대 등에 가는 것은 비정상이 아니라 과정을 이수하기 위한 자발적 노력으로 보고 정상적인 과정으로 평가한다. 정상성을 판정하는 데는 시간적인 흐름 속에서 사회에서 기대하는 과정대로 잘 흘러가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④ 정상성은 유토피아다 이 모든 기준을 뛰어넘는 가장 중요하고도 추상적인 개념은 '유토피아'다. 즉 한 사람이 갖고 있는 다양한 정신적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고 통합되어 최적의 기능을 발휘하는 상태가 정상이라는 것이다. 신체적, 심리적 기능을 뛰어넘어 영적인 면에서도 최적의 상황인 사람, '나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을 가리킨다. 이러한 정상성은 우리가 바라는 이상적인 인간인지도 모른다. 유토피아적인 상태는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 매우 주관적인 자기 평가를 토대로 한다. 『오체불만족』의 저자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는 장애를 지녔지만, 이는 '신체적 특징'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팔다리가 없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마음의 장벽 없애기' 운동에 매진하고 있다. 그가 쓴 책을 읽어 보면 어느 곳에서도 비정상의 그늘을 찾을 수 없다는 면에서 정상이다. 그의 정상성을 지탱하는 가장 큰 근거는 신체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내면의 평화와 안녕을 지켜낸 '유토피아'와 같은 정신적 균형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정상성의 장점 찾기 정상성이라는 것은 언뜻 쉬워 보이지만 무척 어려운 개념이다. 또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개인이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모두가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사회 전체가 나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다가 '다 내 이야기 같아. 역시 나는 문제가 있어'라고 생각하고 자기 비하에 빠지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는 자신이 지닌 정상성의 장점을 찾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보는 것은 어떨까? 어두운 면을 들추어내기보다 정상적으로 잘 굴러가는 면을 파악하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상과 비정상은 어떻게 구분할까?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2012. 6. 30., 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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