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패스VS사이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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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최고관리자 조회 3,606회 작성일 2018-03-20 17:01:4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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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경기도 지역 일대를 돌며 부녀자를 연쇄 살인하고 집에 불을 질러 장모와 처를 살해했던 강호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그는 우리가 상상했던 흉악한 범죄자의 모습이 아니었다. 자신이 기르던 시베리안 허스키 옆에 웃는 표정으로 서 있는 모습은 마치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 같아 보였다. 이웃 주민들도 그를 선량한 시민이었다고 평했고,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그는 잔혹한 살인마였으며, 경찰에 체포되고 사형이 확정되었음에도 반성의 기미가 없었다. 오히려 함께 수감된 동료 재소자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왕처럼 생활함으로써 교도관들을 놀라게 했다. 담당형사가 사건관련 질문을 할 때도 피식피식 웃거나 능글맞은 표정으로 일관하면서 수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징은 ‘초자아 결함’


이처럼 생활 전반에 걸쳐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는 폭력적 성향을 지닌 사람을 우리는 사이코패스(psychopath)라 부른다.

사이코패스란 용어는 1801년 프랑스 정신과 의사인 피넬(Philippe Pinel)이 처음 기술하였는데, 정신병 증상이 없이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타인에게 반복하는 사람을 일컬었다. 정신을 뜻하는 ‘사이코(psycho)’와 병리상태를 뜻하는 ‘패시(pathy)’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용어로 사이코패스는 대개 건전한 사회적응을 어렵게 하는 비정상적 기질(psychopathy, 정신병질)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망상, 비합리적 사고, 환각 등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이코시스, 즉 정신증(psychosis)과 구별된다. 사이코시스(정신증)는 기괴한 행동, 환각, 망상, 부적절하고 불안한 정서, 현실감 저하 등 정신증상을 보이는 정신질환의 형태이다. 사이코패스는 이런 정신증상을 앓고 있지 않다.

1920년대 독일 심리학자 슈나이더(Kurt Schneider)는 사이코패스의 성격 특징을 발정(發情)ㆍ광신(狂信)ㆍ자기현시ㆍ의지결여ㆍ폭발적 성격ㆍ무기력으로 규정하였다.

이들은 평소 정상적인 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며 타인에게 피해를 준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해 잔인하게 실행하며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양심의 부재를 ‘초자아 결함(Superego Lacunae)’이라고 한다. 초자아(Superego)란 프로이트가 주장한 것으로 우리 마음 속의 도덕적 가치 기준이나 윤리 의식 등을 말한다. 사이코패스는 죄의식과 도덕의식을 담당하는 영역인 이 초자아가 결핍되어 있어 흉폭한 행동을 하는 데 있어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는다. 자신의 행동이 문제라는 인식이 없기에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사이코패스의 잔인성은 감정을 지배하는 전두엽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거나, 공격성을 억제하는 호르몬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 유전적 요인과 함께 성장기를 지배한 사회환경적 요인이 결합되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러 연구들은 환경적인 영향보다 타고난 생물학적 소인이 반사회적 행동에 더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보고한다. 심각한 사이코패스 증세를 보이는 쌍둥이들의 약 80%가 타고난 기질의 영향이었고, 약 20%가 환경의 영향이었다는 연구 보고도 있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해서 다 사이코패스는 아냐


사이코패스들이 대부분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지니지만, 그 반대는 성립하지 않는다. 즉 반사회적 인격장애 환자들 대부분은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는 소리다. 예를 들어, 교도소 수감자의 약 75%가 반사회적 인격장애이며 약 20%가 사이코패스라는 보고가 있다. 따라서 사이코패스를 반사회적 인격장애와 동일시 하는 것은 적당하지가 않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진단

타인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는 행태를 지속적으로 보이며 15세 이후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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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음 중 세가지 이상의 항목으로 나타난다.

반복적인 범법행위로 체포되는 등, 법률적 사회규범을 따르지 않는다.
거짓말을 반복하거나 자신의 이익, 쾌락을 위해 타인을 속이는 사기성이 있다.
충동적이며 계획을 세우지 않고 행동한다.
쉽게 흥분하고 신체적으로 타인을 공격하는 일이 반복된다.
자신 혹은 타인의 안전을 무시한다.
시종일관 무책임하다. 일정한 직업 유지가 안되고 재정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남의 물건 훔치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2. 진단 당시 최소한 만 18세 이상이어야 함
3. 만 15세 이전에 미국정신의학회의 진단기준에 따른 품행장애가 있다.
4. 반사회적 행동이 조현병이나 조증 삽화 중에 일어난 것이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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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정신과 진단 체계(DSM)에서는 이 조건을 만족시켰다고 하더라도 18세 이전은 품행장애로, 성인 이후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명명한다. 이는 소아 청소년기와 성인기의 질환을 구별하기 위해 편의상 나눈 것으로, 실제 어린 시절에 품행장애가 있던 아이들의 50% 이상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발전한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들은 직장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업무수행이 미숙하며, 상관 혹은 동료들과 문제가 생겨 해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긴밀한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결혼생활도 오래 지속하지 못한다. 경제적으로 가족들에게 의존하게 되며 술, 약물남용 또는 공격적 행동으로 인해 교도소에 수감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주변을 보면 부모의 일관성 없는 양육방식이나 잦은 다툼,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으면서 소위 문제아로 품행장애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 아이들의 품행장애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므로 부모와 교사는 이 아동들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전문의와의 정신치료를 통해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발전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발현 이후에는 교정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예방만이 최선의 치료인 것이다.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아이들의 품행장애가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교육에서부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은 중∙고등학교에 전문 상담가들이 배치되어 학생들이 부담 없이 찾아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편안한 상담실 분위기 조성은 기본이고, 비밀유지 보장도 철저하다.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들은 의무적으로 이곳에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다양한 정부차원의 예방, 교육 프로그램들을 운용함으로써 어린 시기의 품행장애를 미연에 발견하고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하여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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